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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14
    2009년 8월 29일 토 다시 출발.. 7일째 (2)
* 글을 시작하기 전에
벌써 여행을 다녀온지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래서 기억도 가물가물해지고
메모도 어디론가 많이 사라져버렸네요. 그래서 이어지는 여행은 남아있는 사진을 붙들고  사진을 중심으로 억지로 억지로 머리에서 기억을 꺼내어 써야겠네요.


다시 출발하는 여행은 친구에게 빌린 네비도 함께한다.
저번 제주도에서 지도를 내마음대로 해석하는 특별한 능력을 뽐낸 적이 있어서
이번엔 그 능력을 자중하려고 한다.

부산의 서쪽 끝에서 부산의 동쪽으로 달려
부산을 벗어나는 데도 한참인 기분이다.
역시 도심지를 지나는 건 고역.
해운대를 지나 나오는 송정은 딱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송정에는 M.T온 듯한 대학생 무리들이 눈에 띄었지만
휴가철이 지난 상황이라 파라솔은 많지만 사람이 적다.


송정을 지나 대형 우체통이 있는 익숙한 풍경의 간절곶에 닿아 잠시 쉬고
울산으로 간다.
이전에 친구와 "떠나자 동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울산에서 헤매었던 공단지대는 네비 덕에 무사히 지났고 ..
그 뒤로 경주는 울산만 지나니 금방이라는 기분이다.

경주에 들어섰을 때부터 하늘은 심상치 않았다.
출발하기 전에 한 친구녀석이 주말에 비가 올거라고 경고를 했지만
나는 나의 행운을 믿으며 그냥 출발해버렸다.
그런데 경주에서 비를 만나버렸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나의 진짜씨를 보니 흙탕물을 뒤집어 써서 꼴이 흉했다.
여행 끝나면 꼭 광나게 세차해주마 다짐을 했다.

비가 그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목적지는 불국사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수학여행으로 가볼 법도 한 불국사..
근처에도 못가봤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가보리라 맘 먹었었다.

불국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또 보슬보슬한 비가 온다
비를 맞추기싫어 바이크는 큰 나무 아래에 세우고
나는 비옷 상의를 챙겨입었다.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비옷은 사용하지 않고 싶었거늘... ㅉㅉㅉ

나는 일본인 관광객과 인연이 있는 듯?
제주도에서 처럼 불국사에서도 비슷한 타이밍으로 일본 관광객과 입장했다.
비가 오는 중에도 불국사에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가족 관광객이 많아서 아이들도 많고.. 아이들은.. 시끄럽다. 이건 공식.
조용해야 할 절간이 떠들썩하다.. 좋지 않다... ㅡ ㅡ

비가 오니, 하나 기분 좋은 것은 나의 워터프루프 기능의 카메라 성능 테스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나혼자 기분이 으쓱해서 비를 맞추며 사진을 열심히 찍어 댓다.


불국사에 들어서니 수능치면서 자주 접한 나의 문화답사기란 책이 생각난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렇게 세밀하게 그려냈던 불국사가 여기로구나!
다리 아래로 물이 흐를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혔나 했드니
인간 어린이들이 뛰어 댕겨서 기분이 shit


지금껏 보아왔던 많은 사찰들 중에서 불국사만큼 오밀조밀한 느낌이랄까? 섬세한 느낌의 사찰은 없었던 듯하다.

그림으로만 보던 석가탑은 소박한 이미지.




다보탑은 마침 보수 중이다.

여행길에서 비 한번 만나지 않고, 사고 한번 없던 나의 행운은 경우에서 끝인가... 싶다.




하늘은 점점 더 흐려져서 불안 불안하다..

불국사에서 예상보다 빨리 나와버렸다. 비가 정말 우수수 떨어 질듯하다.
그렇다고 경주까지 와서 바로 숙박에 돌입하기엔 아깝다 ㅜㅠ
오늘 숙박한다고 해서 내일 비가 안올거라는 확신도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
그냥 가고 싶었던 석굴암으로 가버리자 맘먹고 다시 출발했다.
석굴암이 산 속에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 있을줄이야!
산을 오르는 입구에서는 그냥 흐리기만 했던 날씨가
산의 중턱으로 꼬부랑길을 오르니 보슬비로 바뀌었다.
그리고 석굴암 입구쪽 주차장에 닿았을때는 구름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내려서 바이크를 세우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비옷의 하의까지 모두 갈아 입어 버렸다. 여기까지 왔으니 석굴암은 꼭 보자!


입구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행객들의 기념사진 촬영.


석굴암 입구에서 잘 닦아 놓은 산길을 따라 석굴암으로 가는 길도 1키로는 족히 넘는 듯했다. 가는 길에 풀세트 보호구 착용의 바이크 커플을 보았다. 다 좋은데 리터급은 되어보이는 바이크에 왜 번호판은 안달으셨나요?



구름 한가운데를 걷는 기분으로 세상이 온통 보슬비 세례다. 길은 환타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우산을 써도 흩날리는 빗방울에 다 젖어 버릴 기세. 하지만 나는 우비소녀 코스프레여서 안심.



석굴암을 지키고 있는 건물 앞에서 내려다온 경주는 구름 속에 있다. 채 백미터 앞도 안보일 구름 모양이다.

석굴암 건물 안은 좁다... 열 명도 못들어가겠다.. 그리고 석굴암을 지키고 않아 있는 보살님. 날카로운 눈초리다. 사진 촬영은 금지 되어있었는데 지키고 있던지 말던지 역시나 사진 찎는 사람은 꼭 있다. 보살님은 이것 때문에 날카로와 지셨는지 한소리 하신다.
찍지 말래면 좀 찍지 말지들...

생각했던 것보다 석굴암의 규모는 작았다.
유리한장을 두고 바라보는 석굴암은 조금 서글프다.
부처님은 더 이상 경주를 내려다 보지 못하고
입구에 수호신들은 더 이상 속세로부터 아무것도 막아내지 못할 것 같은.. 서글픔.

그렇게 잠시 들여다 보다가...
 
내려왔다.

내려오니 가관이다.....


더욱 심해진....

구불구불 한 길을 이런 상태로 내려가려니 위기일발 영화 속 여자 쥔공이라도 된 듯하다.


콩딱콩딱


비상등을 켜고 되도록 바깥쪽 차선으로 붙어서 굼뱅이 처럼 갔다.

산을 벗어나자 안심이다.. 산보다 훨씬 나은 도심지.. 하지만 스트레스*10

어서 들어가서 쉬어야겠단 생각으로 네비를 뒤져 찜질방을 찾아 들어갔다.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바이크를 대고 들어가자 을씨년 스럽다.

여자 욕탕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이 불도 꺼져있고.. 욕탕안에는 물도 안받아져 있다.
그래도 혼자서 들어가 씻고 나와 머리 말리고 있으려니 아주머니 한분이 오셨다.
삐쭉 거리면서 여기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물어 보았다.
원래 그렇다고 ㅡ ㅡ;;;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있긴 하냐고 어쭤보니
부부가 한쌍이 있고 남자가 한두쌍 더 있는거 같다고 하신다.
그리곤 아주머니 씻고 가버리시네...같이 있어주세요ㅜㅠ 하지만  바이바이.

찜질방에 사람이 많으니 짜증스럽던데
여긴 사람이 너무 없어서 무섭다.
찜질방 구조도 1층건물이 시골 초등학교처럼 ㄱ 자로 꺽어진 데다가
복도식이라서 여고괴담 귀신이 두두둥 다가올듯하다.
하지만 나는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걸...

출발할때 챙겨온 호신용 경보기를 꼭 쥐고
여자수면실에 들어가서는 정말 조금 자고 나와서
다시 사람도 없는 욕탕으로 와서 잠시 눈을 붙이곤 했다.

새벽이 밝는 듯하자 바로 나와버렸다.
밤새 잠은 제대로 잔건지 만건지... 경주는 너무 피곤한 기억으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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